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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잔소리에도 "아, 진짜 짜증 나게!"라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가거나, 화가 나면 물건을 집어던지는 아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춘기 자녀를 보며 부모님들은 공포심마저 느낍니다. "저러다 밖에서 사고라도 치면 어쩌나", "성격 파탄자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년 차 청소년 상담 전문가로서 말씀드리자면, 청소년기의 분노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은 반드시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이라는 야생마를 다루는 고삐를 쥐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전문 상담실에서 사용하는 '인지행동치료(CBT)' 기반의 분노 조절 상담법을 소개하고, 가정에서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코칭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청소년 분노조절 상담법과 실천 팁


1. 분노의 메커니즘 이해하기: '감정'은 죄가 없다

상담의 첫 단계는 분노라는 감정과 공격적인 행동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화가 나는 건 괜찮아, 하지만 남을 해치거나 물건을 부수는 건 안 돼"라는 대원칙을 심어줘야 합니다.

청소년기 뇌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활활 타오르는데, 이를 이성적으로 제어하는 '전두엽'은 공사 중인 상태입니다. 즉, 아이가 화를 내는 것은 부모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뇌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엑셀만 밟고 있는 상황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생물학적 원리를 아이에게도 설명해 주어, 자신이 '나쁜 아이'라서 화를 내는 게 아님을 인지시키는 것이 자존감을 지키는 시작입니다.

2. 전문 상담 기법: ABC 모델로 '생각의 고리' 끊기

상담실에서는 엘리스(Ellis)의 합리적 정서 행동 치료(REBT) 중 'ABC 모델'을 활용해 분노를 다룹니다. 분노는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해석하는 '나의 생각' 때문에 폭발한다는 이론입니다.

  • A (Activating Event, 사건): 엄마가 "게임 그만해"라고 했다.
  • B (Belief, 신념/해석): (비합리적 신념) "엄마는 나를 무시해. 내 즐거움을 뺏으려는 적이야."
  • C (Consequence, 결과): 분노 폭발, 욕설, 방문 쾅.

여기서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수정해야 할 것은 A(잔소리)가 아니라 B(해석)입니다. 아이가 화를 낼 때 나중에 차분해지면 물어봐 주세요. "그때 어떤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화가 났니?" 아이가 "엄마가 날 무시한다고 생각했어"라고 하면, "엄마는 네 눈 건강이 걱정돼서 그런 거야"라고 '생각의 오류'를 잡아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3. 가정 내 실천 팁 ①: '분노 온도계' 만들기

분노는 0에서 갑자기 100으로 튀지 않습니다. 전조증상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1부터 10까지의 '분노 온도계'를 그려보세요.

  • 1~3단계 (미세한 짜증): 심장이 약간 빨리 뜀. → 대처법: 심호흡 3번 하기.
  • 4~7단계 (열이 오름): 목소리가 커지고 주먹이 쥐어짐. → 대처법: "잠깐만!" 외치고 그 자리를 피하기 (타임아웃).
  • 8~10단계 (폭발 직전): 눈에 뵈는 게 없음. → 대처법: 안전한 해소 행동 (베개 때리기, 이면지 찢기)

자신의 분노가 현재 몇 도인지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습관만 들여도, 우발적인 폭력은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4. 가정 내 실천 팁 ②: 'STOP' 버튼 훈련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때는 어떤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이때는 서로 합의된 신호를 사용해야 합니다. 아이나 부모님 누구든 분노가 통제 불능이라고 느낄 때 "타임(Time)" 혹은 "스톱(Stop)"이라고 외치면, 하던 말을 멈추고 각자의 방으로 15분간 흩어지는 규칙을 정하세요.

이 15분은 뇌의 흥분 물질이 가라앉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리적 쿨링 타임(Cooling Time)입니다. 이 시간을 지키지 않고 "내 말 아직 안 끝났어!"라고 쫓아가서 다그치는 것이 최악의 대처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론: 분노는 잘 쓰면 열정이 됩니다

분노 에너지가 많은 아이는 그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리더가 될 자질이 있습니다. 문제는 에너지를 쏟을 '방향'입니다.

아이의 분노를 억누르려고만 하지 마시고, 운동이나 악기 연주, 글쓰기 등 건강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배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세요. 부모님이 아이의 감정을 담아내는 단단한 그릇이 되어주실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뜨거운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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