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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났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아무런 체취가 없는 비극적인 천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궁극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벌이는 잔혹한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시각적인 영상미를 통해 후각이라는 감각을 자극하는 독보적인 연출과 벤 위쇼의 소름 돋는 열연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예술적 집착과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아름다움과 추악함이 공존하는 이 영화의 줄거리와 주요 관전 포인트, 그리고 영화가 남긴 철학적 메시지를 심층적으로 리뷰해 보겠습니다.

1. 악취의 시대에서 찾은 절대적 향기: 후각을 시각화한 압도적 연출
영화 '향수'의 서사는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가장 불결하고 악취 나는 생선 시장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그르누이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모든 냄새를 구별해내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냄새도 가지지 못한 기형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톰 티크베어 감독은 영화 초반부, 파리의 지저분한 거리와 생선 내장, 오물 등을 아주 세밀하고 역동적으로 포착하여 관객들이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악취를 체감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연출은 그르누이가 갈망하는 '절대적인 향기'와 대비를 이루며, 그가 왜 그토록 향기에 집착하게 되는지에 대한 서사적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그르누이에게 향기는 세상을 인지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서 풍기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매혹적인 향기를 보존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후 향기를 소유하려는 그의 욕망은 광기 어린 집착으로 변해갑니다. 영화는 그르누이가 향수를 추출하는 과정을 정교하고 탐미적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살인이라는 잔혹한 행위와 대비되어 기묘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시각 매체인 영화가 보이지 않는 '향기'를 설명하기 위해 활용한 섬세한 미장센과 감각적인 편집은 관객들에게 시청각을 넘어선 초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처럼 '향수'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독창적인 전개를 통해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습니다.
2. 벤 위쇼의 광기 어린 열연과 향기 속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
이 영화를 논할 때 주인공 그르누이 역을 맡은 벤 위쇼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대사가 거의 없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코를 킁킁거리는 동작과 무표정한 얼굴 속에 서린 집착적인 눈빛만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완벽하게 전달했습니다. 그르누이는 선악의 개념이 결여된 채 오로지 향기만을 쫓는 순수한 괴물과 같은 존재인데, 벤 위쇼는 이러한 인물의 비인간적이면서도 처연한 분위기를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그가 꽃과 여인들로부터 향기를 채취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과정들은 잔인하지만, 한편으로는 완벽한 예술을 완성하려는 예술가의 고독한 투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르누이와 대조되는 향수 제조사 주세페 발디니 역의 더스틴 호프만과,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시 역의 알란 릭맨 역시 극의 무게중심을 훌륭하게 잡아줍니다. 특히 후반부 그르누이가 완성한 궁극의 향수가 공개되는 광장의 장면은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파격적이고도 웅장한 명장면입니다. 단 한 방울의 향수가 수천 명의 대중을 집단 최면과 광기 어린 사랑으로 몰아넣는 모습은, 향기가 가진 원초적인 힘과 인간 욕망의 허망함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열연은 원작 소설의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들을 스크린 위에 생생한 인격체로 살려냈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르누이라는 인물에게 공포와 연민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만듭니다.
3. 나를 증명할 수 없는 슬픔: 향기가 남긴 존재론적 질문
'향수'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화두는 존재의 부재와 사랑에 대한 갈망입니다. 그르누이가 전 세계를 뒤흔들 절대적인 향수를 만든 이유는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향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체취가 없다는 존재론적 결핍을 메우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완성한 향수는 타인의 체취를 훔쳐 만든 가짜일 뿐이며, 그 향수를 뿌렸을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그르누이 자신이 아니라 그가 걸친 향기일 뿐입니다. 영화는 모든 사람을 굴복시킬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기 자신으로서는 단 한 명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음을 깨달은 주인공의 허무함을 비극적으로 조명합니다.
"세상의 모든 냄새를 소유했으나, 나 자신의 냄새만은 가질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누구인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서늘한 여운은 엔딩에서 정점에 달합니다. 자신이 태어난 생선 시장으로 돌아가 남은 향수를 모두 쏟아붓고 사라지는 그르누이의 모습은, 인간의 헛된 욕망과 집착이 남기는 끝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향수'는 자극적인 소재를 예술적인 미장센으로 승화시킨 수작으로, 넷플릭스나 왓챠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여전히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향기를 통해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 영화는, 화려한 예술 뒤에 숨겨진 인간의 고독과 소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