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친구 문제'입니다. 평소 착실하던 아이가 소위 '노는 친구'나 욕설과 비행을 일삼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면, 부모님은 덜컥 겁이 납니다. "내 아이도 물들지 않을까?", "저러다 사고라도 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당장 그 친구와 절교하라고 으름장을 놓게 됩니다.

하지만 20년 상담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부모의 강력한 반대는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때가 많습니다. 아이는 친구를 감싸고돌며 부모를 '우정을 방해하는 적'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나쁜 친구에게 끌리는 아이의 심리를 분석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스스로 유해한 관계를 정리하게 돕는 고단수 지도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효과적인 지도법


1. 말릴수록 더 불타오른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심리학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Romeo and Juliet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모의 반대가 심할수록 오히려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청소년기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또래 집단에 소속되려는 욕구가 가장 강한 시기입니다. 이때 부모님이 친구를 비난하고 만남을 금지하면, 아이는 친구와 자신을 '박해받는 운명 공동체'로 인식하게 됩니다. "엄마 아빠가 우리를 갈라놓으려 해도 우리는 끝까지 의리를 지키자"라는 비장한 심리가 발동하여, 평범했던 우정이 끈끈한 전우애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비난과 반대는 가장 피해야 할 하수(下手)의 전략입니다.

2. 아이는 왜 그 친구에게 끌리는가? (결핍의 투영)

친구를 탓하기 전에, 내 아이가 왜 하필 그 친구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내면의 결핍'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 모범생 아이 + 반항아 친구: 부모의 기대에 눌려 억압된 생활을 하는 아이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친구를 보며 대리 만족과 해방감을 느낍니다.
  • 소심한 아이 + 힘센 친구: 자존감이 낮고 위축된 아이는, 소위 '잘 나가는' 친구 옆에 있으면 자신도 힘이 세진 듯한 보호감과 우월감을 느낍니다.

즉, 아이에게 그 친구는 단순한 놀이 상대가 아니라, 자신의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채워주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이 심리적 연결고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떼어놓으려 하면 아이는 더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3. 현명한 개입 전략: '비난'하지 말고 '질문'하라

친구 관계를 정리하게 만드는 힘은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아이의 '스스로의 깨달음'에서 나와야 합니다.

첫째, 친구 자체를 비난하지 마세요.
"걔는 질이 안 좋아", "쓰레기 같은 애"라는 말은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친구를 욕하는 것은 그 친구를 선택한 아이의 안목을 욕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둘째, 행동에 초점을 맞춰 질문하세요.
"그 친구랑 있으면 네가 담배를 피우게 되니 엄마는 그게 걱정돼"라고 구체적인 '행동''영향'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질문을 던지세요. "그 친구가 너를 정말 존중해 준다고 느끼니?", "네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친구가 도와줄까?" 이런 질문들은 아이가 맹목적인 의리에서 벗어나 관계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만듭니다.

셋째, 집으로 초대해 보세요. (개방 전략)
"그렇게 친한 친구면 밥이라도 한 번 먹이자"라며 집으로 초대해 보세요. 의외로 집에서는 예의 바른 아이일 수도 있고, 반대로 아이가 부모님 앞에서 친구의 무례한 태도를 보고 "이건 아니구나"라고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내 친구를 인정해 줬다는 사실에 아이는 부모를 신뢰하게 됩니다.


결론: 믿어주는 만큼 자랍니다

아이의 인간관계는 아이가 스스로 겪어내고 판단해야 할 몫입니다. 나쁜 친구를 만나 상처를 입거나 배신을 당하는 것 또한, 아이가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값진 수업료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하셔야 할 일은 친구를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따뜻한 가정을 지키는 것입니다. "네가 어떤 친구를 만나든, 우리는 너를 믿고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아이는 잠시 흔들리더라도 결국 건강한 관계로 돌아올 것입니다.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