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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기준 게임 이용 장애(중독) 자가진단과 부모 필독 가이드

dreambo 2025. 12. 8.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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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방에서 나오지 않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아이. 밥 먹으라는 소리도 못 듣고, 그만하라고 하면 "한 판만 더요!"라고 소리치는 모습. 게임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부모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도대체 어디까지 봐줘야 하는가?"입니다. 아이는 "이건 내 취미고 스트레스 해소"라고 주장하지만, 부모 눈에는 영락없는 '폐인'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부모님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모두 환자는 아닙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20년 차 청소년 상담 전문가의 관점에서, 단순한 취미와 치료가 필요한 중독을 구별하는 WHO의 핵심 기준 3가지를 살펴보고, 게임에 빠진 아이를 구출하는 현명한 대처법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WHO 기준 게임 이용 장애(중독) 자가진단과 부모 필독 가이드


1. 많이 하면 중독일까? WHO가 정한 '게임 이용 장애' 기준

단순히 게임 시간이 길다고 해서 중독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WHO의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따르면, 다음 3가지 핵심 증상이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때만 '장애(Disorder)'로 진단합니다.

  • 통제력 상실 (Impaired control): 게임을 시작하는 시간, 빈도, 지속 시간, 종료 시간을 스스로 전혀 조절하지 못합니다. "30분만 할게"라고 약속하지만 매번 지키지 못하고, 부모가 강제로 끄지 않으면 멈추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 우선순위 역전 (Increasing priority): 인생의 다른 모든 활동보다 게임이 최우선이 됩니다. 밥 먹는 것, 잠자는 것, 학교 숙제, 친구와의 약속 등 일상적인 일과를 모두 포기하고 게임을 선택합니다.
  • 부정적 결과에도 지속 (Escalation): 성적이 바닥을 치고, 건강이 나빠지고, 가족과 매일 싸우는 등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몰입합니다.

즉, 게임 때문에 '뇌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 일상생활이 붕괴되었는가가 판단의 핵심입니다.

2. 취미 vs 중독: 결정적인 차이는 '회복탄력성'

그렇다면 건전한 '헤비 게이머(Heavy Gamer)'와 '중독자'는 어떻게 구별할까요? 바로 '전환 능력'입니다.

게임을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아이는 게임을 하다가도 "학원 갈 시간이야"라고 하면 아쉽지만 끄고 일어납니다. 게임에서 져도 잠시 짜증을 낼 뿐, 훌훌 털고 밥을 맛있게 먹습니다.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의 '도구'로 쓰이는 것입니다.

반면, 중독 상태인 아이는 게임을 못 하게 하면 극심한 금단 현상(불안, 초조, 폭력성)을 보입니다.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게임 속에서의 승패가 자신의 자존감과 직결되어 있어 패배 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물건을 부수거나 욕설을 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게임은 즐거움이 아닌 '도피처'이자 '강박'이 된 상태입니다.

3. 아이는 왜 게임 속으로 숨을까? (심리적 원인 분석)

상담실에서 만난 게임 중독 아이들에게 "왜 게임을 하니?"라고 물으면 의외의 답변들이 나옵니다. 게임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현실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 인정 욕구: 현실에서는 공부 못하는 찌질한 학생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길드를 이끄는 영웅이자 리더입니다. 공부로는 얻을 수 없는 성취감과 효능감을 게임에서 즉각적으로 보상받기 때문입니다.
  • 관계 욕구: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은 '놀이터'입니다. 디스코드(음성 채팅)를 켜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게임을 합니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또래 압력'도 크게 작용합니다.
  • 회피 욕구: 부모님의 불화, 학업 스트레스, 왕따 등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기 위해 가장 손쉬운 마취제인 게임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4. 부모의 대처법: 랜선 뽑기 전에 '대화'부터

아이가 중독 증상을 보인다면, 무작정 컴퓨터 코드를 뽑거나 마우스를 숨기는 것은 최악의 방법입니다. 이는 아이와의 신뢰를 끊고 폭력성을 자극할 뿐입니다.

첫째, 게임을 '적'으로 규정하지 마세요.
"그깟 오락이 밥 먹여주냐"라고 비난하기보다, "어떤 게임이길래 그렇게 재밌니? 엄마한테도 좀 알려줘"라고 관심을 보여주세요. 부모가 내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고 느낄 때, 아이는 비로소 대화의 문을 엽니다.

둘째, '게임 총량제'를 합의하세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아이와 협상하여 하루에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세요.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을 때는 확실하게 칭찬해 주세요. 스스로 조절하는 성공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전문가의 도움을 주저하지 마세요.
만약 WHO의 기준에 부합하고, 아이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 학교생활이 불가능하다면 가정 내 훈육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이때는 뇌의 호르몬 불균형 문제일 수 있으므로, 청소년 상담 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결론: 게임보다 재미있는 현실을 만들어주세요

아이가 게임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현실 세계가 그만큼 팍팍하고 재미없다는 반증일지 모릅니다. 게임 속 가짜 성취감보다 더 짜릿한 현실의 성취감, 그리고 게임 속 친구보다 더 따뜻한 가족의 품이 있다면 아이는 굳이 모니터 속으로 도망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주말, "게임 그만해"라는 잔소리 대신 "우리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라며 아이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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