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학교폭력 피해 징후 발견 시 부모가 해야 할 초기 대응 매뉴얼

dreambo 2025. 12. 7. 21:05
반응형

아이의 몸에 난 멍 자국, 찢어진 교과서, 부쩍 늘어난 용돈 요구, 그리고 "학교 가기 죽기보다 싫어"라는 절규. 학부모님들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 바로 내 아이가 학교폭력(학폭)의 피해자가 되었음을 인지하는 순간입니다.

이때 부모님이 느끼는 충격과 분노, 그리고 "내가 몰랐다"는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당장 학교로 쫓아가거나 가해 학생을 찾아가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실 겁니다. 하지만 20년 차 청소년 상담 전문가로서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 부모님의 대처가 아이의 회복과 사건 해결의 성패를 가릅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움직여야 아이를 2차 가해로부터 지킬 수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학교폭력 징후 발견 시, 부모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반드시 해야 할 초기 대응 골든타임 매뉴얼을 정리해 드립니다.

학교폭력 피해 징후 발견 시 부모가 해야 할 초기 대응 매뉴얼


1. 심리적 응급처치: "네 잘못이 아니야"

학폭 사실을 알게 된 직후, 많은 부모님이 흥분해서 아이에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왜 이제 말했어?", "너도 뭐 잘못한 거 아니야?",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었어?"

이런 말은 용기 내어 입을 연 아이의 입을 다시 막아버리는 최악의 대처입니다. 아이는 이미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입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지지와 안전감 확보'입니다.

꼭 안아주시고 눈을 맞추며 이렇게 말해주세요.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니. 이건 네 잘못이 절대 아니야. 이제 엄마 아빠가 알았으니, 우리가 목숨 걸고 너를 지켜줄게. 아무 걱정 하지 마."
부모가 나의 가장 강력한 보호자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모든 대응의 첫 단추입니다.

2. 증거 수집: 감정은 끄고 이성은 켜세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나 경찰 신고로 이어질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증거'입니다. 아이를 안정시킨 후에는 탐정처럼 꼼꼼하게 증거를 모아야 합니다.

  • 진술서 작성: 아이가 기억하는 피해 내용을 육하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록하게 하거나 녹음하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증거 확보: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SNS 댓글, 협박 메일 등을 절대 삭제하지 말고 캡처(날짜와 시간이 보이게)하여 저장하세요.
  • 의료 기록: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에 대한 진단서(정신건강의학과)도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상처 사진은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두세요.

3. 절대 금기: 가해자 측에 직접 연락하지 마세요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 중 하나가 분을 참지 못해 가해 학생이나 그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는 것입니다. 이는 백해무익한 행동입니다.

첫째, 상대방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말을 맞출 시간을 벌어주게 됩니다.
둘째, 감정적인 언쟁이 오가다 보면 오히려 '협박죄'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소통은 학교(담임 교사, 학교폭력 전담 교사)나 경찰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만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4. 공식 대응: 학교 통보 및 긴급 조치 요청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면 학교에 정식으로 알리고 '학교폭력 신고 접수'를 요청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시급하게 요구해야 할 것은 '가해 학생과의 즉각적인 분리 조치'입니다.

학교폭력 예방법에 따라 학교장은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긴급 조치(학급 교체, 접촉 금지 등)를 내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해자와 마주치는 공포를 겪지 않도록, 등교를 원하지 않는다면 '출석 인정 결석' 처리가 가능한지도 확인하여 아이를 며칠간 집에서 쉬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학교의 대처가 미온적이라고 느껴지거나 사안이 심각하다면, 학교폭력 신고센터(117)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결론: 부모는 아이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학교폭력 해결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억울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아이가 트라우마로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버텨준다면, 아이는 이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네 뒤에는 항상 엄마 아빠가 있어"라는 믿음 하나만 있다면, 아이의 마음속 상처는 반드시 아물 수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주저하지 말고 청소년 상담 센터나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반응형